▷ 책소개 태양은 어떻게 빛을 내는가?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그 비밀을 알고 싶었다. 어제도, 오늘도, 몇십 년, 몇백 년, 몇천 년 동안 태양은 뜨겁게 반짝이고 있다. 핵융합은 바로 꺼지지 않는 태양 에너지의 근원을 밝히는 데서 시작했다. 19세기 말 방사선이 등장하면서 원자의 문이 열렸고, 20세기 전반은 핵물리학과 양자역학의 전성기였다. 핵이 어떻게 쪼개지는지 조금씩 알게 되면서, 핵이 하나둘 합쳐지는 과정도 알고 싶었다. 수소가 합쳐져 헬륨이 되었고, 그때 줄어든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면서 빛을 내고 있었다. 여러 과학자의 어깨 위에서 한스 베테가 이 별빛의 비밀을 밝혔다. 많은 사람이 모여 원자를 쪼개 원자폭탄을 만들었다. 그리고 원자를 합쳐 수소폭탄을 만들었다. 이제 거대한 수소폭탄의 에너지로 집과 공장에 불을 밝히고 싶었다. 소련의 과학자들이 작은 태양을 자석에 가두는 방법을 찾아냈다. ‘토카막Tokamak’이라는 핵융합로가 태어난 것이다.
토카막의 플라스마에는 악마가 여럿 살았다. 막대한 태양의 에너지를 마음대로 쓰고 싶었지만, 악마들은 그 문을 쉽게 열어주지 않았다. 그중 불안정성과 난류는 특히 길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 거의 손에 들어왔다. 지금 만들고 있는 국제핵융합로(ITER)와 세계 각국의 연구소,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앞다퉈 성과를 내놓고 있는 젊은 스타트업의 노력과 도전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핵융합산업협회Fusion Industry Association가 내놓은 2023년 서베이 자료(https://www.fusionindustryassociation.org/fusion-industry-reports/)를 보면, 막연한 관심의 수준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7조 원 이상이 이들 기업에 투자되고 있다. 곧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핵융합 연구를 시작한 지 채 오십 년이 되지 않은 우리나라는 지난 이십여 년간 실력 있는 연구자들과 꾸준한 투자로 초전도 핵융합로인 KSTAR를 만들었다. 이제는 KSTAR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놀라운 실험 결과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런 우리나라 핵융합 연구의 발자취와 앞으로의 미래까지 빠짐없이 살펴본다.
이 책의 1부에서는 한스 베테와 함께 태양이 밝게 빛나는 이유를 찾아 나서며 핵융합의 원리를 소개한다. 이어 엔리코 페르미를 통해 맨해튼 프로젝트와 수소폭탄 개발에 얽힌 이야기를 펼친다. 2부에서는 실제로 존재했던 구소련의 비밀연구소를 배경으로 ‘사고의 용광로’라는 가상의 프로젝트를 통해 핵융합을 실현할 장치인 ‘토카막’을 만들고 완성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독자들은 단순히 프로젝트의 관찰자가 아니라 실제 연구원의 한 사람으로 당대의 구소련 과학자들과 그들의 문제를 풀어 볼 것이다. 3부는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ITER를 비롯해 전 세계의 주요 핵융합 연구소를 돌아보며 토카막의 발전 과정을 살펴볼 것이다. 이어 4부에서는 토카막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과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에 남아 있는 여러 난제를 들여다볼 것이다. 5부는 KSTAR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핵융합 연구의 역사를 되짚어 볼 것이다.
▷ 목차 들어가며
프롤로그
솟아오른 또 하나의 태양
1부 별이 빛나는 이유
한 물리학자의 부고 <*> 두 얼굴의 뮌헨 <*> 별이 간직한 비밀 <*> 우리는 태양을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
아인슈타인의 E = mc2 <*> 질량은 어떻게 에너지로 바뀌는가 <*> 태양의 심장을 갖고 싶다 <*> 쿨롱 반발력을 넘어서려면 <*> 밝혀진 별의 비밀 <*> 태양과 별의 운명 <*> 페르미가 알아낸 E = mc2의 암시
핵분열 현상의 발견 <*> 핵분열의 두뇌는 미국으로 <*> 화성인이 시작한 원자폭탄 <*> 죽음의 태양 <*> 파괴를 넘어 홍익으로 <*> 저무는 거인들의 시대 <*> 인공 핵융합의 꿈
2부 토카막의 탄생
지구에 태양을 만들다 <*> 소련의 비밀연구소
첫 번째 문제: 태양을 만들 연료를 찾아라 <*> 태양의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다고 <*> 다양한 핵융합 반응 <*> 수소를 이용한 핵융합 <*> 중수소-삼중수소 반응을 이용한 핵융합 <*> 더욱 청정한 핵융합 연료를 찾아서
두 번째 문제: 태양을 어떻게 가둘 것인가 <*> 다르지만 서로 같은 문제 <*> 물질의 첫 번째 상태, 플라즈마 <*> 태양이 우주 공간에 뭉쳐 있는 이유 <*> 플라즈마 입자를 길들이는 몇 가지 방법 <*> 최초의 핵융합
가둬 놓을 수만 있다면 <*> 레이저로 만든 태양 <*> 전기장으로 가둔 태양 <*> 번개가 준 선물 <*> 시작도 끝도 없는 도넛 <*> 오로라를 만들어 보자 <*> 페르미는 알고 있었다 <*> 사각 지대에 빠지다 <*> 미국에서 온 소식
원인은 불안정성 <*> 사라진 평형 <*> 휴가를 떠나자 꼬인 밧줄이 보였다 <*> 영국을 방문한 소련 원자폭탄의 아버지 <*> 마법의 튜브
마침내 탐과 사하로프가 <*> 마법의 끝 <*> 스위스에 걸린 슬로건 <*> 주목받지 못한 탄생 <*> 정체된 태양 <*> 다시 한번 재 보자 <*> 태양의 패턴 <*> 누가 감히 토카막에 견줄 것인가 <*> 토카막 열병
3부 인공 태양으로 가는 길
꿈은 여기까지인가 <*> 독일에서 나온 돌파구 <*> H-모드의 발견 <*> H-모드는 어떻게 얻어졌을까 <*> H-모드는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 맥주통이 열렸다
1억 도를 향하여 <*> 진격의 거대 장치들 <*> 발상의 전환과 토카막 업그레이드 <*> 유럽연합과 미국의 총성 없는 전쟁 <*> 핵융합 에너지 시대로 가는 지름길 - ITER
4부 핵융합 발전이 가능하려면
핵융합로에서 전기를 꺼내는 방법 <*> 블랭킷은 핵융합 공학의 꽃 <*> 핵융합로의 조건
아직 풀지 못한 문제들 <*> 플라즈마의 불안정성 제어 <*> 경계면 불안정성 <*> 플라즈마 붕괴 <*> 고성능 플라즈마의 장시간 운전 기술 <*> 핵융합 극한 재료
5부 우리나라의 핵융합
핵융합 상용화를 향한 세계 각국의 발걸음
우리나라 핵융합 연구의 발자취
- SNUT-79와 핵융합 연구의 태동 <*> - KT-1, 핵융합 에너지 개발의 토대 <*> - 카이스트-토카막
- 한빛 자기 거울 장치 <*> - 우리나라 최초의 구형 토카막, VEST
- 한국의 별, KSTAR
초전도 토카막의 등장과 핵융합 세계 질서의 재편 <*> 한국의 ITER 가입 <*> 핵융합 상용화를 향한 우리나라의 발걸음
에필로그
이 책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
참고문헌 찾아보기
▷ 저자소개 나용수초등학생 시절 과학대사전에서 레이저 핵융합을 보고 핵융합에 빠져 들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서 공부할 때 방문한 영국과 독일의 핵융합 연구소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렇게 독일로 건너가 뮌헨 공과대학과 막스플랑크 플라즈마 물리 연구소에서 핵융합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연구했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부임해서는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한시라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KSTAR에서 하이브리드 고성능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FIRE 모드를 찾아내 1억 도의 플라즈마를 달성하였다. 토카막 플라즈마에 새로운 전류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핵융합로 설계 코드인 TRIASSIC을 개발하였다.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의 통합운전 시나리오 국제전문가 그룹 의장을 지냈고, 현재는 ITER의 국제 과학기술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실험과 연구를 하는 틈틈이 핵융합을 널리 알리기 위한 강연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창의성도 연습이 된다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