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저주토끼》 이후 한국문학의 ‘새로운 피켓’이 되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는 작가 정보라.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유별난 상상력으로 독자를 매혹하는 그가 새 소설집 《작은 종말》을 선보인다. 2020년부터 2023년 겨울까지 발표한 최신 단편 열 편을 묶었다. 호러보다 더 으스스하고 기괴한 현실을 밀도 있게 묘사한 이야기들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2022)과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부문(2023)에 연이어 최종 후보로 선정된 정보라의 ‘지금’을 오롯이 만날 기회를 선사한다.
타인과 이종(異種)의 고통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문학적 감수성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시대와 불화한다. ‘효율적인’ 육아라는 명목 아래 신체를 기계로 전환한 동생과 갈등하는 비수술 트랜스젠더(〈작은 종말〉), 함께 데모하는 동지를 상실한 이후 그를 회고하는 무성애자(〈지향〉), 전국에 딱 세 개 남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사서(〈도서관 물귀신〉), 매번 역사적 현장에서 허리가 폭발하는 악몽을 꾸는 피해 생존자(〈증언〉), 군사 정권에 엄마를 잃고 10주기 추모 행진을 준비하는 딸(〈행진〉)이 바로 그들이다.
불온한 이들의 목소리로 더욱 짙어진 ‘보라 월드’는 거부할 수 없는 초대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제안이다. “정말 세상에 나쁜 사람이 너무 많다”(‘작가의 말’)라고 말하는 작가는 묻는다. “왜 우리가 도망쳐야 해?”(〈행진〉). 모두가 투사가 될 수 없지만, 소중한 사람과 매일의 일상을 지키려면 투쟁을 피할 수 없는 야만의 시대. 정보라 소설은 방관을 멈추고 함께 나아가자고 말한다. 우리는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시리즈의 1·2권에 이어 또 한 걸음을 내디딘 이번 소설집에서 더욱 날카로워진 ‘보라 월드’를 만나길 기대한다.
“우리는 어둠 속의 삶을 뒤로하고
이 봄날의 처음으로 자유로운 아침을 향해 두려움 없이 걷기 시작한다.” - 본문 중에서
▷ 목차 지향
무르무란
개벽
작은 종말
은둔자의 영혼
통역
증언
도서관 물귀신
낙인
행진
작가의 말
작품 해설│신비로운 언약과 약속 없는 미래 ─ 전청림(문학평론가)
추천의 말│송경동(시인), 이서영(작가)
▷ 저자소개 정보라CHUNG Bora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여 한국에선 아무도 모르는 작가들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설들과 사랑에 빠졌다. 어둡고 마술적인 이야기, 불의하고 폭력적인 세상에 맞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사랑한다. 지은 책으로 《저주토끼》 《여자들의 왕》 《아무도 모를 것이다》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한밤의 시간표》 《호》 《고통에 관하여》 《밤이 오면 우리는》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등이 있다.1998년 〈머리〉가 연세문학상에 당선되었고, 〈호狐〉로 2008년 제3회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 〈씨앗〉으로 2014년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23년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되어 주목받으며, 20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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