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교과서에서 벗어난 뒤, 우리는 점차 시를 잊어갔다. 삶의 모든 순간에 시가 녹아 있었음에도, 그 삶에 치이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흘려보낸 것이다. 그러다 문득 이를 깨닫고 뒤돌아보면, 이런 생각을 한다. ‘시가 과연 내 삶에 필요할까? 숨어 있는 시를 발견한다고 해서, 과연 내 날들이 달라질까?’
이 책의 저자들은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다. 국어 교사로서 시를 가르치고 배우며 시가 얼마만큼 삶에 유용한지 확인하고 싶었던 그들은, 서로의 마음에 자리 잡은 시를 편지로 나누기 시작했다. 각 열한 편씩, 총 스물두 편의 편지는 때로는 곧장, 때로는 한 계절을 넘어 오가며 곱게 포개어졌다. 편지를 쓰기 위해 기억 속 빛바랜 장소에도 찾아가 보고, 교편을 내려놓고 떠난 교정을 다시 걸으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렇게 시를 나눔으로써 지나온 시간을 되짚으며, 그들은 시가 삶을 얼마나 풍부하게 하는지 깨달았다. 스쳐 지나갔던 한 편의 시가 어느 순간 삶의 답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를 다른 사람들도 느끼길 바라, 이 책의 출간을 결심했다.
이 책은 교과서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한국 근현대 시인들의 작품을 싣고 있다. 이에 앞서 출간된 ‘현대시를 읽다’ 시리즈와 연계하여 읽으면 더욱 깊이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시에서 삶을 읽어내고, 앞으로의 날들을 시와 같이 아름답게 써 내려갈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목차 프롤로그: 시는 유용한가?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_ 백석
잃어버렸습니다 : 〈길〉 _ 윤동주
길을 찾는 선생님께 : 〈연보〉 _ 이육사, 〈광인의 태양〉 _ 이육사
여행에 있어 : 〈아우의 인상화〉 _ 윤동주
아름답고 빛나는 존재 : 〈나의 꿈〉 _ 한용운, 〈복종〉 _ 한용운
첫 문장 : 〈풀〉 _ 김수영
위안 : 〈별 헤는 밤〉 _ 윤동주, 〈어덕에 바로 누워〉 _ 김영랑, 〈백화〉 _ 백석
멍 때리기 : 〈인동차〉 _ 정지용
나만의 장소 : 〈향수〉 _ 정지용, 〈여우난골족〉 _ 백석, 〈낡은 집〉 _ 이용악
공간과 장소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_ 백석
봄날의 기억 :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_ 김영랑, 〈금잔디〉 _ 김소월, 〈개여울〉 _ 김소월
맛있는 봄 : 〈광야〉 _ 이육사, 〈선우사-함주시초 4〉 _ 백석
언어의 힘 : 〈국수〉 _ 백석
단어의 맛 : 〈산유화〉 _ 김소월
슬픔의 힘 : 〈유리창 1〉 _ 정지용, 〈팔원-서행시초 3〉 _ 백석
사람은 언제 슬플까요? : 〈죄와 벌〉 _ 김수영, 〈그리움〉 _ 이용악
감정 공부 : 〈황혼〉 _ 이육사
결정적 순간 :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_ 김수영
새롭게 보기 : 〈일식〉 _ 이육사, 〈공자의 생활난〉 _ 김수영, 〈폭포〉 _ 김수영
낯설게 보기 : 〈거울〉 _ 이상, 〈또 다른 고향〉 _ 윤동주
시선 : 〈십자_ 윤동주
소진 : 〈꽃나무〉 _ 이상, 〈사개 틀린 고풍의 툇마루_ 김영랑
에필로그: 인생이 그렇지 뭐 _ 권진희
▷ 저자소개 권진희내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타인의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타인의 입으로부터 나도 모르는 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의외로 웃긴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 그리고 그 말을 좋아하는 사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며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면이 있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 책 읽고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