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만주국은 동아시아 근대성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학술적, 사상적 자원을 내포하고 있다. 만주국은 다양한 역사적 원인, 정치적 입장, 경제적 동기를 지닌 민족들이 혼거했던 곳이며, 좌익과 우익, 유토피아주의자와 현실주의자, 휴머니스트와 마키아벨리스트가 복잡하게 뒤섞인 갈등의 요람(래티모어)이었다. 따라서 만주국 역사는 어느 한 국가, 한 민족이 독점할 수 없는 동아시아 각국, 각 민족이 공유해야 할 역사이다.
오늘날 동아시아 3국은 여전히 ‘식민 청산’이라는 ‘과제’를 온전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제국-식민지’의 이분법은 여전히 만주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식민 공간을 이해하는 핵심 틀로 작용한다. 만주국 문학 연구 역시 각국이 서로 다른 역사적 입장으로 접근하면서 많은 공백을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의 만주국 문학 연구는 당시 만주국에 체류했던 한인(韓人)과 연관된 문제나 이들의 독립 활동에 치우쳐 있는 반면, 만주국을 제국사(帝國史)의 일부로 인식하는 일본의 경우에는 만주국 문학을 일본인들의 개인적 체험이 담긴 기록이나 노스탤지어 정서를 자극하는 텍스트로 접근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중국은 한족 문인들의 저항에 주목하는 민족주의 입장을 취하면서, 만주국을 일본에 의해 유린된 치욕의 시공간으로 인식하는 ‘항일’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역사적 사실이 증명하듯 만주국은 일본의 대륙 침략 과정에서 세워진 괴뢰 정권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더 주목해야 할 사실은, 당시 만주국은 일본인, 조선인, 한족, 몽골인, 만주인, 러시아인, 유대인 등 다양한 이방인이 교류하고 충돌하는 공간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다층적이고 역동적인 문화가 파생된 공간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만주국 시기 중국소설』은 기존의 ‘제국-식민지’의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만주국에 실재했던 사람들의 역동적 삶과 복잡다단한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본서는 건국대학교 아시아문화정치연구소 연구진들이 다년간의 광범위한 작품 독해 과정을 통해 만주국 문학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22편의 작품을 선별하여 번역한 결과물이다. 국내에서 처음 출간되는 만주국 시기 중국소설 작품선인 만큼 작가와 작품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가별 해제를 덧붙였다.
▷ 목차 서문
산딩
산바람
투얼츠하 작은 마을에서
구딩
변금
유리잎
메이냥
난쟁이
물고기
관모난
두 뱃사공
지하의 봄
단디
나무하는 아낙
샤오쑹
은방울꽃
스쥔
무주지대
왕추잉
혈채
우잉
신유령
신여성의 길
란민
위안시
이웃 세 사람
삼림의 적막
이츠
고향의 원수
변경의 노래
줴칭
하얼빈
귀향
악마
▷ 저자소개 산딩(山丁) 1914-1997만주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1937년 발생한 ‘향토문학’ 논쟁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일찍이 창춘(長春)에서 우잉(吳瑛), 메이냥(梅娘) 등과 함께 ‘문총파(文叢派)’를 조직했고, 1939년에는 ‘문총간행회(文叢刊行會)’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대표작으로는 단편소설집 『산바람(山風)』, 『향수(?愁)』, 『풍년(?年)』과 장편소설 「녹색의 골짜기(綠色的谷)」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