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서양 철학에서 감정은 오랫동안 이성보다 열등할 뿐 아니라 이성의 질서를 교란하고 혼란에 빠뜨리는 것으로 여겨졌다. 20세기 중·후반에 이성중심주의를 비판하는 사유들이 등장하고 나서야 감정 관련 주제들을 본격적으로 고찰하는 흐름들이 형성되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감정, 정동, 느낌, 마음 등이 인문학과 사회학, 뇌과학 등의 분야에서 독자적인 연구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사회와 문화, 예술, 정치, 심지어 경제 영역까지도 아우르는 탐구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전문 학술 분야에서는 연구의 흐름이 두드러지는 반면에 대중적인 인문 교양 분야에서는 심리 치료나 자기 개발에 초점을 두고 감정을 들여다보는 경향들이 강하다. 이렇다 보니 감정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 일반인도 이해 할 수 있도록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 저서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C. 솔로몬은 영미권에서 감정 관련 주제들이 거의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던 1970년대에 이미 감정 철학을 체계화했을 정도로 감정 연구에 선도적인 역할을 한 철학자이다. 그는 개별 감정 또는 감정 일반을 탐구하는 다수의 저서들을 남겼는데, 그가 감정 철학의 이론적 틀을 세우고 체계화한 저서가 바로 이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감정은 우리가 세계에 조율되는 방식이자, 우리의 현실에 형태와 구조를 부여하는 판단들이라고 말한다. 판단으로서 감정은 삶을 구성하고 삶에 의미를 제공하며 우리의 관심사들과 목적들을 만들어 낸다. 더 나아가 솔로몬은 감정 자체가 삶의 의미이고 우리의 세계라고까지 말한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세계는 객관적인 세계가 아니라 우리의 주관적인 세계를 뜻하지만, 주관적인 세계는 객관적인 세계와 연동되어 있으며 주관적인 세계에서의 변화는 객관적인 세계에서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감정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능동적으로 하는 행동이고, 그러므로 우리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초판본이 나왔던 1970년대 당시에 아주 도발적인 감정 옹호론이었으며, 우리 시대의 관점에서 봐도 여전히 도발적인 견해이다.
그렇지만 솔로몬의 감정 옹호론을 이성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견해로 해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솔로몬에 따르면 감정과 이성은 둘 다 세계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를 구성하는 수단들이며, 궁극적으로는 둘을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통해서 그리고 이성을 활용하여 어떤 사람이 되는甄 이 문제에는 솔로몬의 감정 철학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압축되어 있다. 그 목적이란 바로 사람들을 이해하고 변화시켜 각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나와 너, 우리에게서 일어나는 변화가 사회와 세계의 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 목차 해켓 판 서문 · 6
서문 · 12
저자의 말 · 25
머리말: 이성과 정념
1. 철학? · 36 / 2. 신화: 이성 대 정념 · 50 / 3. 삶의 의미 · 56 /
4. 새로운 낭만주의: 정념과 삶에서의 의미 · 60 /
5. 나의 세계와 리얼리티: “주관성” · 63 /
6. 반성과 순수 71 / 7. 요점은 … 76
1장 삶이라는 문제
1. 부조리 · 83
2. “카사블랑카에서 삶은 싸구려다” · 86
3. 위대한 유산: 부조리의 계보학 · 90
4. 카뮈의 신화 · 99
5. 부조리의 형이상학 · 105
6. “부조리의 추론” · 110
7. 시시포스의 정념 · 116
2장 새로운 낭만주의
1. 정념과 부조리 · 127
2. 낭만주의 · 134
3. 합리적 낭만주의 · 144
4. 이성의 기능 · 156
3장 정념의 신화
1. 정념 · 163
2. 감정, 기분, 욕망 · 169
3. 객관적으로 조명된 감정들: 심리학자의 난제 · 173
4. 수역학 모델과 그 변천 · 181
4장 생리 기능과 느낌, 행동
1. 생리 기능상의 복잡한 문제들 · 203
2. 느낌과 감각으로서의 감정 · 216
3. 감정과 행동 · 226
5장 주관적 정념 이론
1. 의도성 · 241
2. 감정, 대상, 원인 · 256
3. 판단으로서의 감정 · 267
4. 도덕성과 미학에 관한 주해 · 280
5. 감정적 구성: “세계의 존재 방식” · 283
6. 정념의 신화 · 298
6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
1. 개인적인 이데올로기: “세계의 당위적인 존재 방식” · 315
2. 감정과 그 표현 · 331
3. 감정과 마법 · 347
4. 감정의 합리성 · 363
7장 감정의 논리
1. 방향 · 390
2. 범위와 초점 · 396
3. 대상의 본성 · 399
4. 기준 · 405
5. 개인의 지위 · 409
6. 평가 · 416
7. 책임 · 423
8. 상호주관성 · 427
9. “거리” · 432
10. 신화: 감정적 판단들의 종합 · 436
11. 욕망, 의도, 서약 · 438
12. 능력 · 441
13. 전략 · 443
8장 감정 등록부 정념 선별 목록 · 447
결론 · 623
옮긴이 후기 · 629
▷ 저자소개 로버트 솔로몬(1942~2007)미국 텍사스 대학교(오스틴)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미시간 대학교 의과대학을 다니던 중 우연히 니체 수업을 청강하다가 전공을 철학으로 바꾸는 결정을 내린다. 니체, 하이데거, 사르트르를 비롯한 현상학과 실존주의에 사상적 토대를 두고 감정과 철학, 비즈니스와 철학의 관계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다. 아카데미에 머물러 있지 않고 철학이 삶의 현장에서 성찰의 자원이 되는 담론이어야 한다는 문제의식 하에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를 실험했다. 아내이자 철학적 동반자인 캐슬린 히긴스 교수와 함께 쓴 『세상의 모든 철학A Short History of Philosophy』과 『한 권으로 읽는 니체What Niezche Really Said』를 비롯하여 『철학의 기쁨The Joy of Philosophy』, 『회의주의자를 위한 영성Spirituality for the Skeptic』 등이 있다. 감정철학 관련 저서로는 『감정은 어떻게 내 삶을 의미 있게 바꾸는가: 감정을 이해하는 철학적 가이드북The Passions: Emotions and the Meaning of Life』, 『사랑을 배울 수 있다면: 사랑을 이해하는 철학적 가이드북About Love: Reinventing Romance for Our Times』, 『정의를 향한 열정Passions for Justice』, 『느낌에 충실하기True to Our Feelings』 등이 있고 비즈니스윤리 관련 저서로는 『윤리학과 탁월성Ethics and Excellence』, 『비즈니스에 대해 생각하는 더 좋은 방법A Better Way of Thinking about Business』 등이 있다. 45권에 이르는 저서 및 편저와 함께 2000년에는 국제감정연구학회(ISRE) 회장을 역임했고, 체이스맨해튼은행, AT&T, 폭스바겐 같은 유수 글로벌 기업의 자문역을 맡았다. 2007년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던 중 폐동맥 출혈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